세상의 등불
―최인석 울산법원 법원장님 이임에 

                                 나태주(시인)

일찍부터 어두운 세상이었지요
내내 어지러운 세상이었지요
그렇지만 어딘가에 어두운 세상
어지러운 세상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고 
그 세상을 밝히는 등불을 
들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아주는 어두운 세상 
어지러운 세상 아니지요

오직 겸손과 부드러움으로 
측은지심 하나로 
세상을 밝히고 세상을 달래면서 
살아오신 판사님 한 분 
이땅에 계시어 얼마나 다행스럽고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요

이제는 힘든 자리를 벗고 
무거운 법복을 벗고 자리를 떠나시는 분
울산지방법원 최인석 법원장님
오래 오래 당신의 모습이 그리울 것입니다
오래 오래 당신의 겸손과 부드러움과 
당신의 키만큼이나 헌칠한 말씀이 
그리울 것입니다

그러나 두고가는 자리와 일들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다는 것을 당신도 이미 아시겠지요
뒤에 남은 분들 젊은 분들 
당신이 보이신 모법을 따라 분명히 잘 할 것입니다
그들 또한 당신이 그러했듯 
어두운 세상의 등불이 되고 
어지러운 세상의 길잡이 되어 
느리지만 천천히 바른길로 좋은 길로 
그렇게 그렇게 잘 나가갈 것입니다

부탁드리노니 다만 당신
내내 강건하시고 편안하시어 
세상에서 당신이 꿈꾸고 바랐던 세상 
부디 만나시기 바랍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당신을 아는 사람들 
두루 당신을 응원하고 당신을 믿고 따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진정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당신을 그렇게 많이 
그리워하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당신이 숨 쉬고 꿈꾸고 일하며 
살아가는 그 부근 어디쯤에 우리 또한  
열심히 함께 일하고 함께 그렇게 
잘 살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